토마토 던지기 뒤에 숨은 역사와 지역 경제 이야기
매년 8월, 스페인 발렌시아 근처의 작은 마을 부뇰(Buñol)은 하루 동안 거대한 토마토 바다가 된다.
오늘은 스페인 부뇰의 ‘라 토마티나’라는 축제에 대해 알려드릴 예정입니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토마토를 던지고, 거리는 붉게 물들며, 전 세계 뉴스는 이를 “세계 최대의 난장판”이라 부른다.
하지만 라 토마티나(La Tomatina)는 정말 단순한 장난일까?
이 축제는 의외로 역사, 저항, 그리고 지역 경제 생존 전략이 결합된 상징적인 행사다.
라 토마티나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라 토마티나의 기원은 1940년대 중반, 스페인이 아직 프랑코 독재 정권 아래 있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5년, 부뇰 마을의 퍼레이드 도중 한 청년이 우연히 채소 가판대의 토마토를 집어 던진 사건이 발생했다.
주변 사람들이 이에 동참하면서 즉흥적인 ‘토마토 싸움’이 벌어졌고, 이 소동은 곧 지역 청년들 사이에서 매년 반복되는 비공식 행사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정부였다.
독재 정권은 자유롭고 통제되지 않은 집단 행동을 싫어했고
라 토마티나는 몇 차례 금지되기도 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1957년, 그들은 “토마토 장례식”이라는 퍼포먼스를 열며 금지에 항의했고, 결국 정부는 축제를 공식적으로 허용하게 된다.
👉 즉, 라 토마티나는 자유와 해방의 상징에서 출발한 축제다.
왜 하필 ‘토마토’였을까?
라 토마티나에 사용되는 토마토는 우리가 마트에서 사는 상품용 토마토가 아니다.
상품성이 없는 저가 토마토
지나치게 익어 유통이 어려운 토마토
주로 인근 지역에서 대량 공급
이 선택은 우연이 아니다.
버려질 뻔한 농산물을 활용하고
농가의 손실을 줄이며
축제를 통해 농업과 관광을 동시에 살리는 구조
토마토는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지역 경제를 연결하는 매개체다.
“하루 축제”가 바꾸는 마을의 1년
부뇰의 인구는 약 9천 명 남짓.
하지만 라 토마티나 기간이 되면 전 세계에서 수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온다.
이 하루가 가져오는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숙박업, 식당, 교통, 기념품 매출 급증
축제 입장권, 공식 행사 운영으로 안정적인 수익
“라 토마티나의 고향”이라는 브랜드 가치
실제로 부뇰은 이 축제 하나로 국제적인 인지도를 얻은 마을이 되었다.
난장판처럼 보이지만, 뒤에서는 철저한 시간 통제, 안전 규칙, 물 청소 시스템이 작동한다.
혼란은 연출되고, 경제는 계산된다.
사람들이 이 축제에 열광하는 진짜 이유
라 토마티나에는 중요한 규칙이 하나 있다.
토마토는 반드시 으깨서 던질 것.
상대를 다치게 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 규칙이 상징하는 건 단순한 안전 문제가 아니다.
이 축제는 누군가를 공격하는 행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모두가 동등한 참여자’가 되는 경험이다.
국적, 나이, 직업 구분 없음
잘 던지는 사람도, 맞는 사람도 주인공
끝나면 모두가 웃으며 거리의 물줄기 속으로 사라진다
라 토마티나는 폭력처럼 보이는 해방,
그리고 통제된 혼돈 속에서 느끼는 일시적 자유를 제공한다.
난장판이라는 오해를 넘어서
라 토마티나는 “미친 축제”, “의미 없는 낭비”로 종종 비판받는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다음과 같은 질문이 숨어 있다.
사람들은 왜 이런 축제를 필요로 할까?
통제된 사회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운가?
지역은 어떻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남는가?
토마토를 던지는 행위는 우스워 보이지만,
그 속에는 역사적 저항, 공동체 결속, 그리고 현실적인 생존 전략이 녹아 있다.
마무리하며
라 토마티나는 단순한 난장판이 아니다.
그것은 작은 마을이 세계와 연결되는 방식이자,
사람들이 잠시나마 규칙에서 벗어나는 합법적인 탈출구다.
다음번에 붉게 물든 거리 사진을 보게 된다면,
이 축제가 던지는 질문도 함께 떠올려보자.
“우리는 얼마나 자주, 아무 의미 없이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