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컬러 파티가 아닌 사회적 메시지
오늘은 인도 홀리 축제에 담긴 계급 해체의 의미를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매년 봄, 인도의 거리는 순식간에 색으로 뒤덮인다.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과 옷에 가루 물감을 던지고, 웃고, 춤춘다.
낯선 이에게도 거리낌 없이 다가가 색을 묻히는 이 축제의 이름은 홀리(Holi).
전 세계에서는 이를
“인생샷을 찍기 좋은 컬러 파티”
“가장 화려한 축제”로 소비한다.
하지만 인도에서 홀리는 단순한 파티가 아니다.
이 축제의 핵심에는 ‘계급이 잠시 사라지는 날’이라는, 꽤 급진적인 메시지가 숨어 있다.
홀리는 어떤 축제일까?
홀리는 힌두교에서 봄의 시작과 선의 승리를 기념하는 축제다.
대개 3월, 만월에 맞춰 열리며 인도 전역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신화적으로는 악을 상징하는 홀리카의 패배, 신 크리슈나와 라다의 사랑 이야기와 연결된다.
하지만 홀리가 지금처럼 강력한 사회적 의미를 갖게 된 이유는
신화보다 현실, 즉 인도의 구조적인 사회 문제와 더 깊이 맞닿아 있다.
색을 던진다는 행위의 의미
홀리에서 가장 중요한 행위는 단 하나다.
누군가에게 색을 던지는 것
이 행위는 단순한 장난이 아니다.
인도 사회에서 ‘색’은 오랫동안 구분과 차별의 상징이었다.
피부색,옷의 색,종교적 색채,계급에 따라 허용된 색
특히 전통적인 인도 사회에서
상위 계급은 깨끗함,
하위 계급은 더러움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런데 홀리에서는
누구든 먼저 던질 수 있고 누구든 맞을 수 있으며
옷이 더러워질수록 모두가 똑같아진다
색은 구분을 지우는 도구가 된다.
홀리의 하루, 계급은 어떻게 사라질까?
홀리 기간에는 평소 인도 사회를 지배하던 규칙들이 무너진다.
카스트 구분이 흐려지고
나이와 성별의 위계가 약해지며
낯선 사람끼리도 ‘동등한 참여자’가 된다
상위 계급이 하위 계급에게 색을 던지고,
부유한 사람이 거리의 아이와 웃으며 어울린다.
물론 완벽한 평등은 아니다.
하지만 이 하루만큼은,
사회가 합의한 ‘일시적 무질서’가 허용된다.
홀리는 인도 사회가 스스로에게 허락한 집단적 일탈의 날이다.
왜 이런 축제가 필요했을까?
인도는 오랫동안 카스트 제도,종교적 분리,지역·언어 갈등속에서 살아왔다.
홀리는 이 구조 속에서
폭력 없이 긴장을 해소하는 장치 역할을 해왔다.
싸우는 대신 색을 던지고
분리되는 대신 뒤섞이며
억눌린 감정을 웃음으로 배출한다
그래서 홀리는
“즐거운 축제”이기 이전에 사회적 안전밸브다.
세계화된 홀리, 의미는 희미해졌을까?
오늘날 홀리는 관광 상품이 되고 음악 페스티벌이 되었으며 SNS 콘텐츠로 소비된다
이 과정에서 계급 해체라는 본래의 맥락은 종종 사라진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외국인과 현지인이 함께 색을 뒤집어쓰는 지금의 홀리는
또 다른 방식의 ‘경계 허물기’를 만들어낸다.
문제는 의미를 알고 참여하느냐다.
홀리는 예쁜 사진을 위한 배경이 아니라,
누구나 같은 모습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실험하는 축제다.
색이 씻겨 내려간 뒤에도 남는 질문
축제가 끝나면
사람들은 다시 원래의 옷으로 돌아가고,
사회는 다시 계급을 기억한다.
그럼에도 홀리는 묻는다.
만약 우리가 하루가 아니라,
조금 더 오래 이 상태로 살 수 있다면?
홀리는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경험을 남긴다.
마무리하며
인도의 홀리 축제는
색을 던지는 행위로
질서를 파괴하고,
잠시나마 모두를 같은 위치에 세운다.
그래서 이 축제는 화려하지만 가볍지 않고,
즐겁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다.
다음에 홀리 사진을 보게 된다면
이 질문을 함께 떠올려보자.
“이 색이 지워버린 것은 무엇이었을까?”